취미생활/한시감상

소동파-飲湖上, 初晴後雨 음호상초청후우

德川 2020. 5. 13. 09:44


湖上, 初晴後雨 음호상초청후우

개었다가 내리는 호수 위에서 술을 마시며

 

 

蘇東坡

소동파

其一

朝曦迎客艶重岡 조희영객염증강

晩雨留人入醉鄕 만우유인입취향

此意自佳君不會 차의자가군불회

一杯當屬水仙王 일배당속수선왕

아침햇살 손님 맞아 산을 물들이더니

저녁 되자 손님 술에 흠뻑 취해 있네

이렇게 좋은 기분 그대 아직 모르려니

술 한 잔은 마땅히 수선왕에게 올려야지

其二

水光瀲灎晴方好 수광염염청방호

山色空濛雨亦奇 산색공몽우역기

欲把西湖比西子 욕파서호비서자

淡粧濃抹總相宜 담장농말총상의

남실남실 개인 물빛 보기가 좋고

안개비에 젖어 있는 산빛 또한 기묘하네

아름다운 서호를 미인 서시에 견줘보니

짙은 화장 옅은 화장 모두가 어울리네

 

 

▶ 飮湖上: 서호西湖의 배 위에서 술을 마시다.

▶ 朝曦: 아침햇살. 한유韓愈는 「東都遇春」이란 시에서 朝曦入牖來, 鳥喚昏不醒(아침햇살 휘장 속으로 들어오고 / 새들이 불러도 깨어나지 않네)’이라고 읊었다.

▶ 重岡: 중첩된 산(= 群山)

▶ 醉鄕: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 경계를 가리킨다.

▶ 水仙王: 전당호錢塘湖의 용왕을 가리킨다. 송대宋代에 전당용군錢塘龍君에게 제사를 지내는 수선왕묘水仙王廟가 서호西湖 옆에 있었다.

▶ 瀲灎: 물결이 넘실대며 물빛이 반짝거리는 모양을 가리킨다.

▶ 空濛: 부슬비가 희뿌옇게 내리는 모양을 가리킨다.

▶ 西子: 춘추시대 조趙나라의 유명한 미녀 서시西施를 가리킨다.

▶ 總相宜: 보기 좋다. 자연스럽다. 잘 어울리다.

 

 

소동파가 어느 식사를 마친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시중 들던 하녀들에게 물었다.

너희 중에 누가 지금 뱃속에 들어있는 무엇인지 아는 사람 있느냐?”

시녀가 말했다.

문장입니다.”

동파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학문입니다.”

동파는 이번에도 마땅하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까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나리의 뱃속에는 때에 맞지 않은 생각들이 들어 있습니다(學士一肚皮不入時宜).”

그때서야 동파는 배를 두드리며 소리로 웃었다.

왕조운은 집안이 가난하여 어린 나이에 기녀가 되었지만

총명하고 아름다운 데다가 청신한 기질까지 갖춘 여인이었다.

소동파가 왕조운을 만난 것은 항주통판杭州通判으로 쫓겨나 있을 때였는데

지인들과 함께 서호 유람을 나섰다가 술자리에서 왕조운을 만난 소동파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이 시를 지었다.

왕조운王朝雲은 소동파가 유배지를 전전하며 고초를 겪을

첩의 신분으로 끝까지 정인의 곁을 지키다 세상을 여인이었다.

不入時宜 문자 그대로 때에 들어맞지 않은 나타내는 말이지만

왕조운의 입을 통해 소동파의 속내를 알아맞히는 말로 쓰이게 되자

원래 가진 부정의 함의를 뛰어넘어 크게 빛이 나는 긍정의 말이 되었다.

기록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소동파의 일생에 여인이 등장하는데

번째 부인 왕불王弗은 결혼 11 만에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떴고,

왕불의 사촌동생으로 번째 부인이 왕윤지王閏之도 마흔여섯에 세상을 떴으며,

첩으로 왕조운王朝雲 역시 서른넷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떴다.

소동파의 나이 예순으로 세상을 뜨기 5 전이었고 그의 마지막 여인이었다.

 

 

소식蘇軾 [1037~1101]

북송의 정치가, 문학가 서화가로 자는 자첨子瞻과 화중和仲,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이다. 미주眉州 미산眉山(지금의 쓰촨성四川省 미산현眉山縣) 사람이다. 그는 문학에서 시와 , 부와 산문 모든 분야에서 고른 성취를 보였으며, 서법과 회화분야에서도 일가를 이루어 중국문학예술사상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걸출한 대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산문에서는 구양수歐陽脩와 이름을 나란히 하며 구소歐蘇로, 시詩에서는 황정견黃庭堅과 함께 소황蘇黃으로, 사詞에서는 신기질辛棄疾과 함께 소신蘇辛으로 불렸고, 서법에서는 황정견, 미불米芾, 채양蔡襄과 함께 북송사대서법가라는 의미의 송사가宋四家로 꼽혔으며, 그림에서는 호주화파湖州畵派의 개창자가 되었다. 부친 소순蘇洵,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삼부자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의 글이 명대明代와 청대淸代에 이르기까지 과거科擧의 제목으로 채용될 때가 많아서 사람들이蘇文熟, 喫羊肉, 蘇文生, 喫菜羹(소식의 문장에 익숙하면 양고기를 먹고, 소식의 문장에 서툴면 나물국을 먹게 된다)’라고 정도였다. 시문집만 해도 《동파칠집東坡七集》, 《동파집東坡集》, 《동파사東坡詞》 등이 있는데, 시가 2700 , 사가 300 수에 이를 뿐만 아니라 다량의 산문을 함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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