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명시감상

[스크랩] 비단길 2 / 강연호

德川 2012. 9. 6. 03:05
 
 
 
 

비단길2
_강연호
 
 




 

 

 



잘못 든 길이 나를 빛나게 했었다 모래시계는


지친 오후의 풍광을 따라 조용히 고개 떨구었지만


어렵고 아득해질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마저 가야 할 어떤 약속이 지친 일생을 부둥켜안으리라


생각했었다 마치 서럽고 힘들었던 군복무 시절


제대만 하면 세상을 제패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욕망의 신록이 지금 때절어 쓸쓸한데


길 잘못 들수록 오히려 무모하게 빛났던 들끓음도


그만 한풀 꺾였는가, 미처 다 건너지 못한


저기 또 한 고비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구렁이여


이제는 눈앞의 고비보다 그 다음 줄줄이 늘어선


안 보이는 산맥도 가늠할 만큼은 나이 들었기에


내내 웃목이고 냉골인 마음 더욱 시려오누나


따숩게 덥혀야 할 장작 하나 없이 어떻게


저 북풍 뚫고 지나려느냐, 길이 막히면 길을 버리라고


어차피 잘못 든 길 아니더냐고 세상의 賢者들이


혀를 빼물지만 나를 끌고가는 건 무슨 아집이 아니다


한때 명도와 채도 가장 높게 빛났던 잘못 든 길


더 이상 나를 철들게 하지 않겠지만


갈 데까지 가보려거든 잠시 눈물로 마음 덥혀도


누가 흉보지 않을 것이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

출처 : 붓장난
글쓴이 : 덕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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