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제1강 "문학과 삶" / 강사 이경림(시인)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삼십대 중반이 넘어 다시 글을 쓰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때부터 진짜 나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때 나는 그 어린 날 아버지의 수업이 내 문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 때 나는 말로만 듣던
동서양의 이론서를 허겁지겁 읽으면서 그 것들이 분명 내 문학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호동그란 고양이 눈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게 하시며 미친 봄의 불길을 찾아보게 하셨던 아버지의 수업이야말로
내게 문학의 본질을 가르쳐준 훌륭한 수업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문인으로 살다보면 저도 모르게 이상한
시론들에 끌려다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지만 돌아보면 그것이 쓸데없는 욕망의 산물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그것들을 버리는데 많은 시간을 바치지 않으면 안되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한다. 문학이야말로 저잣거리의
삶 속에서 해처럼 솟아오르는 것이어야하며 그 언어는 실핏줄 구석구석까지 고이고 부풀어 아우성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해가 갈수록 짙어진다. 그런 시를 만나기 위해 시인은 한 생 알 수 없는 사소한 것들에도
귀를 열고 겨울바람 속의 고압선처럼 윙윙거리며 한 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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