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사랑시] 다섯(7)~~~~~~~~~~~~~~
<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사랑의 흔적> 유하
생선을 발라 먹으며 생각한다
사랑은 연한 살코기 같지만
그래서 달콤하게 발라 먹지만
사랑의 흔적
생선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구나
나를 발라 먹는 죽음의 세상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내 열애가 지나간 흔적 하나
목젖의 생선가시처럼
기억해 주는 일
소나무의 사소한 흔들림으로
켁켁거려 주는 일
그러나 이 밤의 황홀한 순간이여,
죽음의 아가리에 발라 먹히는
고통의 위력을 빌려, 나
그대의 웃음소리로 잎새 우는
서러운 바람을 만들고
그대의 눈빛으로
교교한 달빛 한 올 만들?냈으니
이 지상 가득히
내 사랑의 흔적 아닌 것 없지 않는가
땅의 목젖 내 한 몸으로
이다지도 울렁거리지 않는가
<기다림> 모윤숙
천년을 한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년에 닿도록
길고 긴 사모침에 목이 메오면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 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다
먼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우러러 그리움이 꽃 피듯 피오면
그대는 저 오월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까?
감초인 사랑이 석류알처럼 터지면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나이까?
내 곁에 계신 당신이온데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사랑은 방황하다 도라져 버립니까?
<가을 편지>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첫사랑 그 사람은> 박재삼
첫사랑 그 사람은
입맞춘 다음엔
고개를 못 들었네
나도 딴 곳을 보고 있었네
비단 머리칼
하늘 속에 살랑살랑
햇미역 냄새를 흘리고
그 냄새 어느덧
마음 아파라
내 손에도 묻어 있었네
오, 부끄러움이여, 몸부림이여
골짜기에서 흘려보내는
실개천을 보아라
물비늘 쓴 채 물살은 울고 있고
우는 물살따라
달빛도 포개진 채 울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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