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이 사소한 말에 찔려 죽은 사람들이 있지.
그런 사람들은 너무 소심해서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지.
그의 직업은 할 일 없는 시골 면사무소 직원이고,
업무량과다로 박카스D 장기복용자가 되어야만 하는 은행의 창구 여직원이고,
지지리도 피아노 못 치는 아이들만 등록하는 피아노 학원 선생이고,
뿌려도 줄지 않는 나이트클럽 전단지 뿌리는 알바생,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게 된 대학 1학년생 여자애지.
당신도 모르게 내뱉은 어떤 무심한 말 한 마디는 검은 비닐하우스의 무순처럼 자라나지.
당신의 부러진 이쑤시개만한 공허가 누군가에게 도착해서 대들보 같은 슬픔이 되지.
뽑을 수도 없고, 가릴 수도 없는.
죽은 후에도 전기밥솥의 코드를 꼽아 쌀을 안치고,
김치를 담가 밥을 해먹어야 하는 일과 같지.
성가셔 죽겠지.
죽고 나서도 죽겠다고 엄살이지.
소심한 w양은.
-유형진 <심장>에서
출처 : 붓장난
글쓴이 : 덕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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