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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십팔번

德川 2013. 5. 26. 09:36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은(중략) 내 아버지 레파토리, 그중에 18번이기 때문에.”

  가수 강산에의 노래 ‘라구요’의 가사 일부이다.

 

  자주 부르는 노래가 18번이 된 것은 일본 의 전통가극 가부키(歌舞伎)에서 유래됐다.

  에도시대에 등장한 가부키의 원조 배우인 이치가와 단주로의 7대손이 가부키의 막간에 공연

  하는 풍자소극 중 재미있는 것을 18가지로 정리했다.

  이를 ‘교겐(狂言) 18번’이라고 부르는데, 각기 나무상자에 담아 후손에 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말로 18번은 ‘주하치방(十八番)’이지만 상자를 뜻하는 ‘오하코(お箱はこ)’로도 읽

  힌다. 뛰어난 재능을 가리킬 때 오하코(お箱はこ)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이런 18번이 자주 부르는 노래, 자신있는 특기 등의 뜻으로 전용돼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에도

  널리 퍼지게 됐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선 대개 뛰어난 사람에게 18이란 숫자를 붙여준다.

  중국의 ‘무예 18반’은 검 활 창 등 18가지 무예를 가리키는데, 일본에 건너와선 전설의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무예의 모든 것을 통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됐다.

  또 일본 프로야구에서 18번은 에이스 투수에게만 부여되는 등번호다. 마쓰자카를 비롯해

  다르빗슈, 이라부, 와쿠이 등 최상급 투수들의 등번호가 18번이었다.

  반면 선동열은 해태타이거즈 입단 때 11번을 달고 싶었지만 대선배인 김성한의 등번호여서 

  대신 18번을 달아야 했다. 하지만 선동열이 국보급 투수로 성장하며 인기를 모으자 다른 팀들

  도 앞다퉈 에이스에게 18번을 달아줬다고 한다.

 

  노래방에 가면 18번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18번이 ‘황성옛터’,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베사메무초’였다는 것도 유명하다. 그만큼 18번은 우리 언어생활에 깊숙이 침투

  해 있지만 가급적 안 쓰는 게 좋다. 한국사람이 정종(일본술 브랜드) 한 잔 마시고 18번 불러

  보라고 외친다면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단골 노래, 애창곡’ 등으로 순화할 것

  을 권한다.

 

  * 펌글

출처 : 붓장난
글쓴이 : 덕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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