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명시감상

[스크랩] 가시내

德川 2012. 2. 6. 05:51

 

 

사내는 풀섶을 헤치고 빨간 뱀딸기를 찾았다.
뒤따라 풀섶에 뛰어든 계집애의 치마폭은 이슬에 흠뻑 젖어있었다.
나눠먹자 잉!
하늘엔 먹구름이 흘렀고 여치가 찌르르 울었다.
소나기가 내려서 사내애는 계집애를 등에 업고 분냇물을 건넜다.
남녀칠세 부동석 말이야 엄청나지만
두메산골 어린계집애와 사내사이에 그런게 있을리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논두렁에 영산홍이 필 때
황소를 끌고가던 사내애가 그 계집애를 만나자 얼굴이 빨갛게 되어 말을 건냈다.
니 오랜만이다 잉!
계집애는 무슨마음인지는 몰라도 목덜미까지 새빨개져서
다름박질을 쳤다.
눈앞에 뽀얗게 비구름이 밀려오고
달리다 엎어져도 무릎은 아프지 않았다.
가슴만 할딱일뿐이었다.

한국설화 중 가시내

 

 

출처 : 붓장난
글쓴이 : 덕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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