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川 2020. 4. 29. 19:42



목계장터/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1973년 <農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