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川 2019. 12. 9. 14:25


白樂天


後宮詞

淚溼羅巾夢不成, 夜深前殿按歌聲.

紅顔未老恩先斷, 斜倚熏籠坐到明.

*; 축축할 습, 本 字. *後宮; 왕의 정비이외의 부인.

*; 누를 안, 어루만질 안. 按舞. *熏籠; 향을 넣어 둔 농.




비단 수건은 눈물에 젖고 꿈도 안 꾸어지는데,

밤이 깊어가니 앞 전각에서는 노랫소리 들려오네.

아직 늙지 않은 홍안이건만 왕의 은총은 이미 끊어져,

넣어둔 농짝에 기대 앉아 어느덧 날이 밝는구나.




이 시는 後宮의 애절한 사연을 노래한 시로, 이런 유의 시를 <宮詞> 또는 <宮女詞>라고도 하며, 많은 시인들이 이런 시를 읊었다.

달 밝은 밤에 앞 궁전에서는 왕과 왕비들이 즐겁게 노래 부르며 온 대궐이 떠들썩하건만, 쓸쓸히 후궁의 처소에서 장롱에 기대어 눈물만 흘리고 있으니 얼마나 처량하겠는가. 후궁은 왕으로부터 외면당하더라도 궁을 떠날 수가 없는 처지다. 그러니 슬픔과 원망과 질시 등으로 잠을 못 이룰 뿐일 것이다. 자기는 아무리 홍안이라고 생각해도 임금이 찾지 않으니 만 서릴 뿐일 것이다.




早冬

十月江南天氣好, 可憐冬景似春華.

霜輕未殺萋萋草, 日暖初幹漠漠沙.

老柘葉黃如嫩樹, 寒櫻枝白是狂花.

此時卻羨閒人醉, 五馬無由入酒家.


*萋萋; 풀이 우거진 모양. *漠漠; 광활한 모양. *; 어릴 눈, 예쁘다. *; 산뽕나무 자. *狂花; 겨울에 피는 복사꽃처럼 때를 못 맞추고 피는 꽃. *; 물리칠 각, 의 본 자. *五馬; 태수의 수례를 다섯 마리의 말이 끌었다하여, 태수를 가리키는 말. *無由; 별 다른 까닭 없이. *閒人; 할 일 없이 술집이나 넘나드는 건달.






강남의 시월은 날씨가 따뜻하여,

가련하게도 겨울 풍경이 봄을 닮았네.

무성한 풀들은 아침 서리에도 시들지 않고,

햇살이 따뜻하게 온 대지를 비춰주네.

산뽕나무의 누런 잎은 새봄의 여린 잎 같고,

앵두나무 가지 끝에는 때 아닌 꽃 피었네.

이럴 때 부러운 건 閒人처럼 취하는 것,

나도 모르게 발 거름이 술집으로 향하네.




이 시는 823白居易杭州 太守로 있을 때 지은 시다. 그는 항주 태수로 있을 때 西湖를 준설했다. 이 때 西湖를 가로질러 쌓은 제방이 白堤(백거이가 쌓은 제방이라는 ). 西湖에는 蘇堤白堤가 있는데, 蘇堤蘇東坡가 쌓은 제방이고, 白堤는 백거이가 쌓은 제방이다. 白堤斷橋에서 平湖秋月까지 1키로미터 정도의 제방인데 이 제방에는 수양버들과 복숭아나무가 유명하다.

백거이는 장안에서 벼슬을 하면서 장안 기후에 익숙하다가 먼 장강 남쪽의 항주까지 와서 초겨울의 날씨를 신비스럽게 보면서 지은 시가 <早冬>이다.




<長恨歌> 끝 구절

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私語時.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比翼鳥; 암놈과 수놈이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하여, 늘 함께해야 난다하여 부부의 의가 조음을 표현하는 말. 비익조는 상상의 새. *連理枝;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통하여 하나가 된 것. 화목한 부부의 비유.




칠월칠일(칠석 날) 장생전에서,

인적 없는 깊은 밤 사랑을 속삭이던 말.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땅에 나무로 태어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언약했었네.

천지는 영원하다고 하지만 다할 때가 있을 것,

이 슬픈 사랑의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라!


사랑의 애틋한 염원을 이렇게 진솔한 문장으로 표현한 절창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문장은 겪어 본 사람이 아니면 결코 머리로 생각해낼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백거이가 이 <장한가>를 통하여 자기의 잊지 못하는 첫 사랑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