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宗元
柳宗元-唐宋八大家
柳宗元(773~819)의 자는 子厚로 河東郡(山西省 永濟市) 사람이다. 그는 당나라의 저명한 문학가로 당송팔대가(韓愈, 柳宗元, 歐陽脩, 蘇洵, 蘇軾, 蘇轍, 曾鞏, 王安石)의 한 사람이다.
그는 〈漁翁〉 등 600여 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후세인들이 편집한 《柳河東集》이 있다. 柳州刺史를 역임했기 때문에 ‘柳柳州’라고도 하며, 韓愈와 함께 고문운동의 영도자로 ‘韓柳’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는 문인이다.
漁翁-고기 낚는 노인
漁翁夜傍西巖宿, 曉汲淸湘燃楚竹.
煙銷日出不見人, 欸乃一聲山水綠.
回看天際下中流, 巖上無心雲相逐.
*傍; 곁 방. *汲; 물길을 급. *湘; 강 이름 상. 湘江은 廣西省 興安縣에서 동정호로 흘러들어가는 800여 km의 큰 강. *銷; 녹일 소. *欸; 한숨 쉴 애. 欸乃; ‘어여차’ 정도로 번역되는 중국어.
늙은 어부는 저녁 무렵 서암에서 잠자고,
새벽이 되니 맑은 상강 물을 길어 楚竹을 태워 끓인다.
안개 거치고 해가 떠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어여차!’ 노를 젓는 외마디 소리에 산수가 푸르다.
돌아보니 상강은 저 하늘 끝에서 중류로 내려오는데,
바위 위에는 무심한 구름 한 조각이 뒤를 따르고 있다.
이 시는 고기를 잡는 늙은 어부를 상강풍경의 한 가운데 두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주변을 묘사했다. 어제 저녁, 오늘 새벽, 아침, 한낮으로 시간을 이어가면서 漁翁을 그려냈다. 한 낮이 되니 그 곳에는 어옹이 떠나고, 뒤 돌아보니 무심한 구름만 서로 쫓고 있다는 묘사가 아름답다. 이 시는 한 때 우리나라 고등학교 한문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다.
江雪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踪; 자취 종. *蓑; 도롱이 사. *笠; 구릿대 입. 簑笠; 도롱이와 삿갓.
온 산에는 새도 날지 않고,
모든 길에는 사람들의 발자취도 끊겼는데.
외로운 쪽배에 홀로 앉은 도롱이를 입고 삿갓을 쓴 노인,
차가운 강물에 내리는 눈을 혼자 낚고 있네.
이시는 작가가 33세의 나이에 중앙 정부에서 개혁을 추진하다가 永州로 좌천되어 쓴 시다. 이 때 그는 집도 없어서 노모를 모시고 절에 의지했다고 한다.
넓고 웅장한 대자연 속에 고독하나 끈질기게 살아가는 늙은 어부에게 초점을 맞춘 시다.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은 하늘과 땅 사이에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는 묘사다. 〈江雪〉은 1,2구에서는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멈추었다는 것을 묘사했고, 3,4구에서는 ‘孤’와 ‘獨’으로 설경 속의 인간을 그려냈으니 그야말로 절창이라 할 수 있다.
<江雪>에서 묘사한 도롱이와 삿갓을 쓴 노인은 지난여름 湘江의 西巖에서 잠자고 고기를 낚던 노인이 아닐까?
위의 두 시는 아마도 젊은 시인이 자신의 처지를 어옹에 빗대어 읊었는지도 모른다.
溪居- 계곡에 살다.
久爲簪組束, 幸此南夷謫.
閒依農圃隣, 偶似山林客.
曉耕飜露草, 夜榜響溪石.
來往不逢人, 長歌楚天碧.
*簪; 비녀 잠. *謫; 귀양 갈 적. *閒; 틈 한. *飜; 뒤집을 번.
*榜; 매질할 방, 노 저을 방. *響; 울림 향, 音響
오랜 세월 벼슬살이로 얽매어 있었는데.
행인지 불행인지 이곳 남쪽 벽지에 유배되었네.
한가로이 이웃 농부에게 의지하니,
우연하게 산림 속의 隱師와 닮았네.
새벽에 일어나 이슬 젖은 풀을 베고,
밤에는 배 저으며 골짝 바위를 울린다.
오가며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긴 노래 소리에 남쪽 하늘만 푸르다.
柳宗元은 33세에 남쪽 벽지인 永州의 司馬로 좌천되어 14년간을 永州와 柳州에서 유배생활과도 같은 한직에 있었다. 永州는 湖南省 서남부의 벽지로 南蠻이라 통칭되는 여러 소수민족들과 漢族이 함께 사는 곳이었다. 그 어렵다는 進士 시험에 합격한 중앙관료를 이런 벽지에 좌천시킨 것은 일종의 유배였다. ‘楚天碧’의 ‘楚’는 춘추전국 시대의 나라이름이지만 지금의 호남성과 호북성 지역을 통칭하는 지명으로도 쓰였다.
이 시에도 원망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은 없지만 행간에 원망의 함의는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