陋室銘(누실명)
陋室銘-劉禹錫의 대표적 산문
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 靈, 斯是陋室 惟吾德馨. 苔痕上階綠 草色入簾靑 談笑有鴻儒 往來無白丁. 可以調素琴 閱金經 無絲竹之亂耳 無案牘之勞形. 南陽諸葛廬 西蜀子雲亭. 孔子云 何陋之有!
*馨; 향기 형. *鴻儒; 유학에 정통하여 학문이 깊은 사람. *牘; 편지 독, 案牘; 관아의 문서 *廬; 오두막집 여.
산은 높아서가 아니라 신선이 살면 이름을 얻고, 물은 깊어서가 아니라 용이 살면 영험한 것이다. 이 누추한 집에는 오직 나의 향기로운 덕이 있을 뿐이다. 섬돌을 따라 이끼가 푸르게 끼고, 주렴에는 풀빛이 파랗게 비친다. 훌륭한 선비들과 담소를 나누고 비천한 자들이 왕래하지 않으니 거문고를 연주하고 금경을 읽기에 더없이 좋다. 아름다운 선율 귀를 어지럽히지 않고, 관청에서 오는 문서를 읽는 수고로움도 없으니, 이 는 남양 땅 제갈 량의 오두막집이요, 서촉 땅의 양웅의 정자로다. 공자도 말씀하셨지. ‘군자가 살고 있으니 무슨 누추함이 있으리오.’ 라고.
중앙정부의 젊은 관료 劉禹錫은 王叔文, 柳宗元 등과 함께 정치개혁에 나섰으나 실패하고 지방의 하급관료로 좌천 되었다. 〈陋室銘〉은 이 무렵에 지은 自戒의 글이다.
陋室은 ‘누추한 집’이라는 뜻이며, 銘은 쇠북이나 비석 등에 스스로 경계하거나 남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문장의 한 종류이다.
작가는 비록 누추한 집에 살지만, 德의 향기로 가득 채우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초라한 환경에 굴하지 않겠다는 기개를 들어낸 글이다. 비록 초라한 집에 살았지만, 일세를 풍미한 蜀나라 재상 諸葛亮과 漢나라의 학자 楊雄을 언급하면서 본인의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나아가 孔子님의 말씀을 인용하여 자신을 군자의 반열로 끌어올리고 있다.
《論語》의 〈子罕〉편에 공자가 九夷 땅에 가려고 하였을 때 누군가 누추한 곳에서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자, 공자는 “군자가 사는 곳에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말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楊雄(揚雄)
西漢 때의 관리이자 철학자로서 유가와 도가사상을 융합한 철학체계를 확립했다. 쓰촨성 청두시에 〈西蜀子雲亭〉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