德川 2019. 10. 8. 09:38

韓退之(韓愈)




憲宗은 불교를 독실하게 숭배했다. 급기야는 서역에서 승려 편에 보내 온 眞身舍利를 궁궐에 모시게 되었다.

당시 刑部侍郞의 직책을 맡고 있던 韓愈불교는 정도가 아닌 이단의 가르침이며 궁중에서 弗骨을 숭배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는 취지의 표문을 올렸다.

憲宗은 대노하고 한유를 강등시켜 먼 남쪽 광동성의 潮州刺史로 내보냈다. 한유는 지체 없이 임지로 출발해야 했다. 때는 엄청나게 춥고 눈이 펑펑 쏟아졌다. 예전에 韓愈의 사주를 예언했던 姪孫이며 도술가인 韓想子藍關 까지 마중 나왔다. 韓愈는 시 한 수를 지어서 질손의 옛 일을 회상하고 고마움을 표하면서 시 한 수로 보답했다.




左遷至藍關示姪孫想

一封朝奏九重天, 夕貶朝陽路八千.

本爲聖明除弊政, 敢將衰後惜殘年.

雲橫秦嶺家何在, 雪擁藍關馬不前.

知汝遠來應有意, 好收吾骨瘴江邊.

* ; 아뢸 주. *; 떨어드릴 폄, 낮출 폄. *; 안을 옹. 품을 옹. *; 장기 장, 습한 지방의 풍토병.




아침에 한 통의 상소를 궁궐에 올리고,

저녁에 폄직되어 조양 땅 팔 천리를 간다.

본디 폐하를 설득하여 폐정을 막으려 했지만 이루지 못하고,

장차 쇠약해진 몸으로 여생을 걱정하게 되었구나.

구름도 비껴가는 秦嶺에 나의 집은 어디인가?

폭설에 막힌 籃關에는 말도 나아가지 못하는구나.

네가 멀리까지 왔으니 응당 무슨 뜻이 있는 줄 아노니,

장병(풍토병)이 감도는 강가에 나의 시신이나 잘 거두어다오.




韓愈韓想子의 도움을 받아 藍關의 객사에 도착하여 함께 하룻밤을 유숙했다. 다음 날, 한상자는 호리병 하나를 주면서 이 병 안에 든 약을 복용하시면 추위와 더위를 막을 수 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종조부께서는 곧 장안으로 복귀하실 것입니다. 조급하게 생각 마시고 느긋하게 기다리십시오.”라는 작별인사를 남겼다.

韓愈潮州刺史로 부임하여 선정을 베풀었으며, 후에 조정에 복귀하여 國子祭酒를 거쳐서 吏部侍郞을 지냈다.




春雪

新年都未有芳華, 二月初驚見草芽.

白雪却嫌春生晩, 故穿庭樹作飛花.

*; 싫어할 염. *穿; 뚫을 천.




새 해가 되었으나 예쁜 꽃을 피우지 않다가,

이월 초에야 새 싹 보고 깜작 놀라네.

흰 눈은 늦게 오는 봄이 미워서,

뜰에 있는 나무 사이로 꽃이 되어 휘날리네.



새 해가 되어서 하루 빨리 아름다운 꽃을 보고 싶은데, 이월 초가 되니 양지에서 삐죽하게 올라오는 새싹을 보고 시인의 마음이 설렌다. 그런데 봄을 시샘하는 눈이 펄펄 날려서 꽃봉오리를 움츠리게 하고, 정원에 있는 나뭇가지에 눈꽃만 하얗게 피운다.’ 내용이다.

봄을 기다리는 소박한 마음이 잘 표현된 시다.




晩春

草樹知春不久歸, 百般紅紫鬪芳菲.

楊花楡莢無才思, 惟解漫天作雪飛.

*不久歸; 오래지 않아 끝나다. *百般; 여러 종류, 각양각색. *芳菲; 풀 향기. *楊花; 버들개지. *楡莢; 느릅나무 꽃. *才思; 바깥으로 드러낼 재능이나 아름다움. *惟解; 단지~~을 알다.



산천초목들도 봄이 가는 것을 알고 있는지,

온갖 꽃 피워내며 향기를 다투네.

버드나무, 느릅나무 꽃은 그렇게 예쁘지 않은데도,

눈이 되어 하늘 가득 날리는 건 알고 있네.

각종 꽃이 다투어 피고 지는 봄날의 풍경을 오언절구로 축약해서 잘 묘사한 아름다운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