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嘏(조하)
趙嘏(조하)
조하의 생몰 연대는 분명치 않다. 그의 자는 承祐로 武宗 會昌 4년(844) 진사에 급제했다. 과거 합격자들은 관례에 다라 발표 후 3일째 되는 날, 장안의 曲江池에 모여 ‘曲江會’라는 자축연을 하면서 우의를 다졌다.
조하는 단번에 급제한데다가 며칠 후 금의환향하면 약혼녀와 결혼할 꿈에 더욱 기뻐했다. 그러나 모친이 급하게 보내온 편지에, 浙西節度使가 그의 약혼녀의 미모에 반해 약혼녀를 강제로 데려갔으니 빨리 귀향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소식을 접하자 참담함과 분로가 밀려왔다.
조하는 낙담을 하고 동남쪽의 고향을 바라보며 시 한 수를 읊었다.
寂寞堂前日又曛, 陽臺去作不歸雲.
當時聞說沙吒利, 今日靑娥屬使君.
*曛; 석양빛 훈, 저녁 해, 황혼 역, *陽臺; 남녀가 즐기는 곳. *靑娥; 아름다운 미인. *使君: 절도사를 지칭.
적막한 거처에 해는 또 저물어가고,
꿈꾸던 신방은 사라지고 돌아오지 않는 구름이 되었네.
그전에 사타리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내 아름다운 약혼녀를 절도사가 치지했구나.
조하는 낙담한 채 고향으로 돌아왔다. 절도사가 누구인가? 그 관할지역의 군권은 물론 행정과 인사, 조세의 부과와 징수 등 모든 권한을 가진 권력자다. 그러나 절도사는 조하가 진사에 급제한 사실을 알고 후환이 두려워 조하의 약호녀를 돌려보냈다.
돌아온 약혼녀는 심신이 몹시 피폐해져서 조하의 품에서 저 세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조하는 시를 한 수 지어 자신의 심경을 읊었다.
江樓舊感
獨上江樓思渺然, 月光如水水如天.
同來望月人何處, 風景依稀似舊年.
*渺; 아득할 묘. *稀; 드물 희.
강가의 누각에 홀로 오르니 그리움만 아득하고,
달빛은 물과 같고 물은 하늘같구나.
한께 와서 달을 보았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풍경은 어슴푸레 옛날과 다름없는데.
강루에서 바라본 황혼의 풍경! ‘하늘과 하나가 된 물, 어스름 달빛 아래 희미한 풍경, 시인의 미여지는 듯한 가슴과 탄식’, 그리고 ‘同來望月人何處’, 시인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조하는 과거에 급제하고도 별다른 관직이 없이 지내다가 850년 경 渭南尉를 지냈다. 조하는 젊어서부터 杜牧과 친하게 지냈다. 두목은 조하의 시 <장안만추>를 즐겨서 읊고 조하를 칭찬했다.
長安晩秋
雲物凄凉拂曙流, 漢家宮闕動高秋.
殘星幾點雁橫塞, 長笛一聲人倚樓.
紫艶半開籬菊靜, 紅衣落盡渚蓮愁.
鱸魚正美不歸去, 空載南冠學楚囚.
*凄; 쓸쓸할 처. *拂; 떨 불, 치켜 올리다. 닦다. *曙; 새벽 서.
*艶; 고을 염. *籬; 울타리 리. *倚; 의지할 의. 기댈 의. *鱸; 농어 노. *囚; 가둘 수, 포로, 인질. *雲物; 꽃구름, 태양 가까운 곳에 높게 뜬 구름, 옛 사람들은 이 운무를 보고 장마, 가뭄 등을 예측했다. *拂曙; 동이 틀 무렵. *橫塞; 변경을 넘어가다. *鱸魚; 농어.
*南冠;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들이 쓰던 갓이라 하여 초관이라고도 한다. 어사 또는 사절들이 쓰던 관을 일컫는다. *楚囚: 초나라의 포로인 정의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는 말로, 정의는 古琴 연주자인데, 정나라에 포로로 잡혀 있을 때 항상 초관을 쓰고 지냈다. 楚囚는 옥에 갇힌 죄수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이 시에서는 가고 싶어도 못가고 객지에서 떠도는 신세를 표현한 것이다.
가을 날 이른 아침 한기 품은 저 구름,
당조의 궁궐 안에도 가을빛이 깊어가네.
변방에서 온 기러기들 별빛 드문 하늘로 돌아갈 때,
한 사람 누각에 올라 긴 피리를 불고 있네.
울타리 주변의 국화들은 반쯤 예쁘게 피어 있고,
물가에 예쁘게 피었던 연꽃들은 붉은 꽃잎 다 떨구었네.
농어 맛 떠올려보지만 갈 수 없는 고향이라,
공연히 남관을 쓰고 객지를 떠돌고 있네.
두목은 이 시에서 ‘殘星幾點雁橫塞, 長笛一聲人倚樓’를 제일 좋아했다. 사람들은 趙嘏를 趙倚樓라고 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