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명시감상

[스크랩] 고향 난초

德川 2016. 9. 24. 18:05

 

고향 난초

서정주

내 고향 아버님 산소 옆에서 캐어 온 난초에는
내 장래를 반도 안심 못하고 숨 거두신 아버님의
반도 채 다 못 감긴 두 눈이 들어 있다.
내 이 난초 보며 으시시한 이 황혼을
반도 안심 못하는 자식들 앞일 생각다가
또 반도 눈 안 감기어 멀룩멀룩 눈 감으면
내 자식들도 이 난초에서 그런 나를 볼 것인가.

아니, 내 못 보았고, 또 볼 것이지만
이 난초에는 그런 내 할아버지와 증조 할아버지의 눈.
또 내 아들과 손자 증손자들의 눈
그렇게 들어 있는 것이고, 들어 있을 것인가.


 

 

출처 : 붓장난
글쓴이 : 덕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