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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德川 2013. 7. 3. 16:34

 

 

  그리고 너는 장병 신체검사에서 현역 복무 판정을 받았고, 이제 입영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나

 

국회의원, 장관, 그리고 온갖 돈 많고 권세 높은 댁 도련님들이 무슨 사유에서인지 관행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아 왔다는 신문

 

기사를 매일같이 눈독 들여 일고 있는 너의 눈치를 보면서, 나는 사실 네가 그 문제를 나에게 묻지 않기를 바랐다.

 

아마도 그 참담함은 이 나라의 무수한 힘없는 아버지들의 참담함이었을터이다. ..... 아들아, 나는 겨우 이렇게 말하려 한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 못난 나라의 못남 속에서 결국 살아내야 한다는 운명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나라의 쪽박

 

을 깨지 않는 일이라고. 너의 의무는 몇몇 비굴한 이탈자들에 의하여 신성이 모독되엇지만.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은 아니라

 

고. 너의 어머니에게 다시는 너의 평발을 내밀지 말아라. 아프고 괴롭겠지만. 나라의 더 큰 운명을 긍정하는 사내가 되거라.

 

..... 가서, 대통령보다도 국회의원보다도, 그리고 애국을 말하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보다도 더 진실한 병장이 되어라.

 

                                                                                             - 김훈의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에서 -

 

 

출처 : 붓장난
글쓴이 : 덕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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