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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연습이 많을수록 삶은 풍요로워 지리니!-`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

德川 2012. 2. 11. 08:14

[독서/127권]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 

읽은 날:2012.2.3~4/총페이지 수: P275 

 

 

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

작가
노진희
출판
알투스
발매
201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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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붓장난
글쓴이 : 덕천 원글보기
메모 :
 연습이 많을수록 삶은 풍요로워지리니!

 

박스를 푸는 순간 화사한 빛깔이 먼저 눈에 쏘옥 들어왔다.

'예쁘다!'  패션리더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핑크빛의 파스텔톤, 우리네 인생도 저리 고우면 얼마나 좋을까? 피끓는 열정을 고작 도서관의 칸막이 책상 위에 바치고도 그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요즘의 젊은이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이 빛과 닮았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만 미로같은 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취업준비생들, 고뇌와 절망감이 이십대를 거쳐 삼십대에 들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 어떤 응원이 필요할까? 힘들게 직장에 들어갔지만 상사와의 충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 매 시간마다 사표 쓰고 어딘론가 떠나고 싶은 욕구 등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어떤 조언을 건네 줄까?

그럴 때 슬쩍, 이 책을 밀어줘 보시라, '서른다섯까지는 연습이다'

 

딴에는 열심히 살았다고 했는데 35년이 연습생이었던 노진희!

데뷔도 못하고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또래 스타들을 그저 부러워해야 하는 신세.

무대에 서기만 하면 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주저앉고 싶은 몸과 마음을

추스려 다시 자신을 세우는 연습생. 하지만 나이도 많고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주변의 염려나 참견에 주눅이 들고 마는 연습생이, 좌충우돌의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무엇보다 저자 조진희는 껍데기가 없어 보인다.

자신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니 민낯뿐만 아니라 속살과 저 깊은 곳에 감추어져 보통은 보기 힘든 부분까지도 잘 꺼내 보여준다. 그 모습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서전이라는 것은 자칫 포장되기 쉽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사랑하고 되도록이면 남에게 좋은 면을 부각시키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리라.

적어도 노진희는 그런 부분이 적은 것 같다.

 

(119)화나는 일이 있으면 꼭 화풀이 대상을 찾아내고야 마는 나,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를 끊자마자 그 친구 험담을 늘어놓는 나, 회사 앞 스타벅스 직원에게는 매너좋고 가끔 애교까지 부리는 손님이지만 엄마한테는 옆집 강아지만큼도 애교가 없는 나, 나에게도 남에게도 때론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에게도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내 남자친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뜨끔해진다.

 

자신의 치부도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장점으로 바뀐다. 노진희의 솔직한  표현들이 그녀를 신뢰하게 한다. 그래서 읽는 이들도, '나도 저랬는데' 하며 용기를 얻어 단점을 인정해 나가게 될 것 같다.

 

노진희는 직장 생활 12년을 하는 동안 일터를 일곱 번 옮겼다. 중간중간 열 받으면 사표 던지고 뉴욕으로 캐나다로 홍콩으로 일본으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역마살 낀 것처럼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헤매고 다닐 때 결국 그녀를 사로잡은 것 훈남도 꽃남도 아닌 훈훈하고 멋진 카피였다. 12년 동안 통장에 쌓인 건 없지만 그녀의 노트북에는 가슴을 치고 머리를 두드리는 세계 각국의 명카피가 수북하게 쌓이게 되었고, 그것이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 했다.

 

이 책 속에 있는 패턴을 말하자면, 한 편 한편의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녀가 수집한 광고카피가  먼저 실려있다. 그리고 그와 연관된 노진희의 이야기들이 뒤이어 나온다. 노진희의 직업이 카피라이터이기 때문이다.뭐 눈에는 뭐밖에 보이지 않듯이, 노진희가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카피를 수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들에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잘 버무려놓았으니 제 맛을 똑똑하게  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미지 광고로 한 권의 책을 써 내기도 한다. 그러나 노진희는 주로 인쇄광고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 TV광고들을 글로 그대로 써 놓았다. 바꿔 말하면 텍스트광고라 하면 될 것 같다. 이미지로 가득한 세상에 광고글만을 소재로 해서 쓴 것도 어찌보면 역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마무리 한 뒤에는 그녀가 전하는 조언이 있다. 그 부분이 참 매력적이다.

 젊은이들은 거기에서 그녀의 지혜를 얻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한테만 쓸모있는 것은 아니다.

제목에 '서른다섯'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고 해서 꼭 그 나이까지만 필요한 지혜는 아니다.

그 꼭지 가운데 하나를 예를 들어보자.

 

(77)두 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법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아낸 다음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연구실을 가져야 한다. 연구는 교수나 과학자만 하는 게 아니다. 아파트 베란다 구석 또는 좁은 자기 방 구석에 파티션을 쳐서 한두 평 남짓이라도 비울 수 있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그러나 불쑥불쑥 가족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게는 하지 마라. 그 공간에서 세상을 휘두를 아이디ㅓ가 나올 수도 있다고 좀 떠벌리기도 하라."

 

유병률 기자가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 권한 것처럼, 나는 나만의 연구실을 만들었다. 원룸 오피스텔 구석에 침대나 어지러이 널려진 옷행거들과 구분되도록 책상 주변에 파티션을 둘렀다. 그랬더니 책이 써졌다. 이 곳은 마이클 샌델의 연구실보다 대단한 노진희 연구실이다.

 

그녀의 연구소를 들여다 보았는가? 공간이동으로 그녀의 연구소를 훔쳐보고 온 소감이 어떤가?

연구소라 이름붙이기에 너무나 소박하고 작은 공간이다. 거창할 필요가 없다.

장소를 먼저 정해 연구소를 만들고 거기에서 무엇을 할지 목표를 정해 시작해보는 것이다.

거기를 자주 방문하고 오래 머물수록 무엇인가가 탄생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스라엘의 한 서점 인쇄광고 카피에 이런 것이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 그만 들여다보고 책 좀 들여다보자.'

요즘 젊은이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외국어 공부에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는 반면 책을 읽는 젊은이들은 적어지고 있다.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둘러대고 싶은가?

'책은 원래 없는 시간 쪼개서 읽는 것이다'라고 저자도 말하고 있다.

무엇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거의 비슷하지만 노진희는 일본의 캔 커피의 광고 카피를 인용해 말하고 있다. "부장님은 늘 같은 말을 하며 같은 부분에서 웃는다". 노진희는 이런 부장이 절대 되고 싶지 않아 책을 읽는다. 밥 먹듯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에게서는 잠깐 동안에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저력이 느껴지고 업무 관련 서적 말고는 책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에게서는 바닥 긁히는 소리가 들린다고도 말하고 있다.

 

(261)독서는 납작한 코를 세우는 성형술이다.

지금도 나는 책 보는 사람들이 바로 그 표정을 사랑한다. 눈이 크고 시원한 사람이건 단춧구멍마냥 콕 찍혀있는 사람이건, 눈을 내리깔고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모두 아름답다. 저마다 가만히 아름다운 깊이가 있다. 눈을 감은 것도 아닌, 뜬 것도 아닌, 꿈꾸는 것도 아닌, 깨어있는 것도 아닌, 그 표정이야말로 독서의 의미를 가장 잘 말해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눈을 다 감지 않았으되 꿈을 꾸는 시간, 눈을 다 뜨지 않았으되 깨어있는 시간이 바로 책을 읽는 시간이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독서는 최고의 '생각윤곽술'이라면서 또 한번 책을 읽으라고 소리높여 권하는 노진희의 목소리가 들린다.

 

(264)요즘 우리사회는 '독서 권하는 사회'다. 독서력이 곧 경쟁력이다.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읽어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 한다……신문 읽을 틈도 없이 바쁜 직장인들을 다그치며 가열차게 책, 책, 책을 읽으라고 요구한다.

 

모든 길은 독서로 귀결됨을 또다시 실감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우뚝 서고 싶다면, 흔들리지 않고 곧게 서고 싶다면, 저 높은 곳에서 저 아래 깊은 곳까지 수시로 넘나들 수 있는 자유로움을 갖고 싶다면,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특히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들이라면 빨리 길을 찾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 길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지는 이제 답이 보일 것이다.

 

* 빗살무늬님의 글